호박
- 곽 민 숙
반을 갈랐다
커다랗고 둥근 호박
황금빛 살이 말라붙은 안벽엔
끈적끈적한 씨앗들이 도사리고 있다
말끔히 물에 씻어
햇빛에 말린다
잊고 싶다
몇 번이고 속 가르며
그가 있기를 바랐다
그는 없고
텅 빈 자리에
그가 남기고 간 아픈 기억들
꺼내어 씻으면서
울고 있다
어디에도 이제
그는 없다
햇빛에 앉아
젖은 기억을 말리는
씨앗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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