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호박 / 곽 민 숙

자연을 바라보다 2015. 9. 19. 01:00





호박


                                                           - 곽 민 숙





반을 갈랐다

커다랗고 둥근 호박




황금빛 살이 말라붙은 안벽엔

끈적끈적한 씨앗들이 도사리고 있다




말끔히 물에 씻어

햇빛에 말린다




잊고 싶다

몇 번이고 속 가르며

그가 있기를 바랐다





그는 없고

텅 빈 자리에

그가 남기고 간 아픈 기억들




꺼내어 씻으면서

울고 있다

어디에도 이제

그는 없다




햇빛에 앉아

젖은 기억을 말리는

씨앗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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