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만추 / 임 재 화

자연을 바라보다 2015. 11. 17. 01:00

 



 



 



만추

 

                                                        - 임 재 화

 

 

 

이제, 더는 버틸 수 없기에

가끔 불어오는 찬바람에 여린 마음을 실어서

낙엽 되어 마감합니다

 

 

 

이렇게 몸과 맘을

아름답게 버릴 수 있음을 감사하고

또다시 새봄을 기다리며

이제는 기쁜 마음으로 사라지렵니다

 

 

 

어느새 싸늘한 바람 때문에

으스스 떨며 몸 가눌 수 없고

매일 아침 세상을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으며 피어나는 안갯속으로

고운 향기를 만추에 날려보냅니다

 

 

 

희붐한 새벽녘에

한바탕 기적을 울리고

덜커덩거리며 달려나가는 철마가

더는 태울 수 없는

깊어가는 가을의 스산한 몸짓 같습니다

 

 

 

아아~~

이제 더는 버틸 수도

몸부림칠 수도 없고

버리고 비우고 내던져야만 하는

애잔한 가을날

사라져야만 하는 낙엽이여

그리고 만추의 슬픈 몸짓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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