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 고 은 * 금낭화 들꽃 - 고 은 들에 가 들꽃 보면 영락없지요 우리 겨레 은은한 품성 영락없지요 들꽃 몇천 가지 다 은은히 단색이지요 망초꽃 이 세상꽃 이것으로 한반도 꾸며놓고 살고지고요 금낭초 앵초꽃 해 질 무렵 원추리꽃 산들바람 가을에는 구절초 피지요 저 멀리 들국화 피어나지요 이.. 詩 고은 2016.04.20
대보름날 / 고 은 대보름날 - 고 은 정월 대보름날 단단히 추운 날 식전부터 바쁜아낙네 밥손님 올 줄 알고 미리 오곡밥 질경이나물 한 가지 사립짝 언저리 확 위에 내다 놓는다 이윽고 환갑 거지 회오리처럼 나타나 한바탕 타령 늘어놓으려 하다가 오곡밥 넣어가지고 그냥 간다 삼백예순 날 오늘만 하여라.. 詩 고은 2016.02.22
객혈(喀血) / 고 은 객혈(喀血) - 고 은 아아 저물기 전에 노래하자 괴로움을 또한 첫눈을 노래하자 한 마리의 밤새가 되어 대낮 가득히 노래하자 아무리 바라보아도 어제의 하늘일 뿐 저 하늘에는 눈이 내리고 내 가슴에서는 눈 쌓인다 아아 저물기 전에 노래하자 혼자도 괴로우면 여럿이구나 아아 저물기 .. 詩 고은 2015.12.10
순간의 꽃 / 고 은 * 개구리 발톱 꽃말 : 위로, 위안 순간의 꽃 - 고 은 실컷 태양을 쳐다보다가 소경이 되어버리고 싶은 때가 왜 없겠는가 그대를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였다 이웃을 사랑한다며 세상을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고 말았다 시궁창 미나리밭 밭머리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詩 고은 2014.04.25
눈물 / 고 은 * 수선화(水仙花) 눈물 - 고 은 序 아 그렇게도 눈물 나리라. 한 줄기의 냇가를 들여다보면 나와 거슬러 오르는 잔 고기떼도 만나고, 그저 뜨는 마름풀 잎새도 만나리라. 내 늙으면, 어느 냇가에서 지난 날도 다시 거슬러 오르며 만나리라. 그러면 나는 눈물 나리라. 누이에게 이 세상의 어.. 詩 고은 2014.03.27
강설(降雪) / 고 은 강설(降雪) - 고 은 폐허(廢墟)에 눈 내린다 적(敵)도 동지(同志)도 함께 모이자 함께 눈을 맞자 눈 맞으며 껴안고 울자 폐허(廢墟)에 눈 내린다 우리가 1950년대에 깨달은 것은 인산인해(人山人海)의 죽음이 아니라 사랑이다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모든 죽은 사람들까지도 살아나서 함께 .. 詩 고은 2014.01.10
길 / 고 은 길 - 고 은 길이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숨 막히며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역사이다 역사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부터 미래의 험악으로부터 내가 가는 현재 전체와 그 뒤의 마지까지 그 뒤의 어둠까지이다 길을 만들며 간다 길이 있다 길이 있.. 詩 고은 2014.01.07
화살 / 고 은 화살 - 고 은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십년 동안 가진 것 몇십년 동안 누린 것 몇십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든가 뭣이라든가 그런 것 다 .. 詩 고은 2013.12.18
가을 편지 / 고 은 가을 편지 고은(高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 詩 고은 201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