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 서 정 주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 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 미당 서정주님 2016.09.14
내리는 눈발속에서는 / 서 정 주 * 피라칸서스 내리는 눈발속에서는 - 서 정 주 괜, 찬,타, ...... 괜, 찬,타, ...... 괜, 찬,타, ...... 괜, 찬,타, ......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까투리 매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 괜찬타, ...... 괜찬타, ...... 괜찬타, ...... 괜찬타, ...... 폭으은히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 미당 서정주님 2014.12.14
내가 돌이 되면 / 서 정 주 내가 돌이 되면 - 서 정 주 내가 돌이 되면 돌은 연꽃이 되고 연꽃은 호수가 되고, 내가 호수가 되면 호수는 연꽃이 되고 연꽃은 돌이 되고. 미당 서정주님 2014.08.06
봄 / 서 정 주 봄 - 서 정 주 복사꽃 픠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우에 혼령있는 하눌이어, 피가 잘 도라...... 아무 病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일좀, 있어야겠다. 미당 서정주님 2014.04.02
추일미음(秋日微吟) / 서 정 주 추일미음(秋日微吟) - 서 정 주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규는 붉은 물이 들었다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안해박은 뜰 안에 큰 주먹처럼 놓이고 타래박은 뜰 밖에 작은 주먹처럼 놓였다만 내 주먹은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 미당 서정주님 2013.11.21
귀촉도(歸蜀途) / 서 정 주 귀촉도(歸蜀途) - 서 정 주 -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건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미당 서정주님 2013.04.23
푸르른 날 / 서 정 주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치져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 미당 서정주님 2012.09.25
국화옆에서 / 서 정 주 국화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 미당 서정주님 2012.09.24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 서 정 주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 서 정 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 미당 서정주님 2012.08.02
신록 / 서정주 * 살갈퀴 신록 / 서정주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 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 미당 서정주님 2012.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