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나목(裸木) / 김 대 식

자연을 바라보다 2015. 1. 9. 00:30





나목(裸木)


                                                                                 - 김 대 식





이젠 모두 떠났다

이젠 다 주었다

이젠 모두 벗어 버렸다





이젠 더 이상

잃을 것도

보낼 것도

버릴 것도 하나 없다

남은 몸뚱이까지도

북풍한설에 알몸으로 내어놓았다





이렇게 무가 되어야

이렇게 무심이 되어야

이렇게 아무런 욕심이 없어야

진정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





내가 가진 것

내가 이룬 공

내가 소중히 하던 것

그것들은 원래부터 나의 것은 아닌 것

잠시 내 곁에서 함께 했을 뿐





공을 이루었으면

이제는 버려야 하는 것

할 일을 다 했다면

거리낌 없이 떠나야 할 일

또 때가 되면 푸른 세상이야 오겠지





이젠

꿈만이 

소중히 간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