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마음으로만 쓴 편지 / 장 해 숙
자연을 바라보다
2015. 2. 20. 00:30
마음으로만 쓴 편지
- 장 해 숙
이번 설 명절에 참으로 반가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모처럼 만나는 친정식구들
그러나 난 뒤켠에서 눈물을 닦아야 했습니다
어린 시절 유난히도 많이 싸우며 함께 지내온 막내 오빠
이젠 어른이 되어
싸움 같은 건 하지 않게 되었지만
내 가슴을 참으로 퍽퍽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신감을 많이 잃어버려
축 처진 어깨며
적어진 말수
힘없는 웃음
얼마 전 사고로 잃어버린 한쪽 눈이 만든
오빠의 새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애써 태연한 척
잘살고 있음을 보이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힘없는 오빠의 모습은
나를 많이도 아프게 했습니다
지금도 어릴 때처럼 그렇게
떼쓰고 함부로 까불던
그런 동생이고 싶은데
이미 오빠는 나의 눈물이 되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