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유월 / 오 세 영

자연을 바라보다 2015. 6. 8. 00:30









유월


                                                         - 오 세 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녁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 하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 막힐 듯 숨 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