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황국(黃菊) 몇 송이 / 황 동 규

자연을 바라보다 2015. 11. 23. 01:00







황국(黃菊) 몇 송이   


                                                                        - 황 동 규





소설(小雪)날

엉거주춤 붙어있는 나라 꼬리 장기곶





수리(修理)중 문닫는 등대박물관 옆 절벽 위에

바람도 제대로 불지 않고

이리 불다 저리 불다




오징어 굽는 아줌마들의 눈만 쓰리게 하는

쓸쓸한 잿빛 바다를 한없이 만나보고




돌아오다 무심히 기림사에 들려

고요한 흥분 서린 황금빛 보살상을 만나보고




차 한 대 마주 오지 않는 가파른 성황재를 마냥

오르다

잿빛 찬바람 속에 고개 들고 빛나는 황국 몇 송이.




눈 저리게 하는,

아 살아 있는 보살상들!

얼은 눈물 조각은 아니겠지,




꽃잎에 묻어 있던 

조그만 발광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