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꽃문양 / 정 설 연
자연을 바라보다
2016. 1. 7. 01:00
꽃문양
- 정 설 연
햇살이 꽃의 등줄기에서 거미줄을 뽑고
그늘이 마음을 비켜 기울자
꽃의 명치께에서
엷은 햇살을 빨아들이고
긴 호흡으로 들이마시는
사람의 이름 석자,
내 인생에 그리운 이로 남겨놓은 인연이
어찌어찌 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으며
온몸의 체온을 전달하면
붉어진 채 꽃가루 묻히면서
꽃망울을 터뜨리며 불려 나온다
꽃잎에 나의 마음을 실어낸다
내 마음에 만져지는 꽃문양 때문에
맨바닥에 내려앉는 꽃잎들
바로 몇 걸음 앞에서
아는척하면 발자국을 놓칠까 모른척하며
눈물 비친 적이 있는 것을 알까
꽃문양, 화인火印 같은 화인花印으로
삭제하지 않는 방식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