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잔설 / 나 희 덕

자연을 바라보다 2016. 2. 20. 01:00





잔설(殘雪)


                                                                  - 나 희 덕





잔설처럼 쌓여있는 당신,

그래도 드문드문 마른 땅 있어

나는 이렇게 발 디디고 삽니다

폭설에 잦아드는 이 둔덕 어딘가에

무사한게 있을 것 같아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보면서

굴참나무, 사람주나무, 층층나무, 가문비나무...

나무 몇은 아직 눈 속에 발이 묶여 오지 못하고

땅이 마르는 동안

벗은 몸들이 새로운 빛을 채우는 동안

그래도 이렇게 발 디디고 삽니다

잔설이 그려내는 응달과 양달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