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봄 / 김 광 섭

자연을 바라보다 2016. 3. 16. 01:00


* 노루귀(미나리아재비과)







                                               - 김 광 섭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

모든 거리가 풀리면서

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

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

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




나무는 나무로

꽃은 꽃으로

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

사람은 사람에게로

산은 산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

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




꽃은 짧은 가을해에

어디쯤 갔다가

노루 꼬리만큼

길어지는 봄해를 따라




몇 천리나 와서

오늘의 어느 주변에서

찬란한 꽃받을 이루는가




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

봄빛을 따라나와

산골짜기에서 겨울 산 뼈를 씻으며

졸졸 흐르는 시냇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