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장엄 / 고 재 종

자연을 바라보다 2016. 6. 2. 01:00


* 꽃치자







장엄


                                                  - 고 재 종





저 순백의 치자꽃에로

사방이 함께 몰린다

그 몰린 중심으로

날개가 햇빛에 반사되어

쪽빛이 된 왕오색나비가 내려앉자

싸하니 이는 향기로

사방이 다시 환히 퍼진다, 퍼지는

그 장엄 속에선

시간의 여울이 서느럽고

그 향기의 무수한 길들은 또

바람의 실크자락조차 보일 듯

청명청명,  하늘로 열려선

난 그만 깜깜 길을 놓친다

놓친 길에서

비로소 破精(파정)을 하는

이 깊은 죄의 싱그러움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