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보고 싶은 사람에게 갔다가도 / 박 몽 구

자연을 바라보다 2016. 7. 29. 07:55

 

 

보고 싶은 사람에게 갔다가도

 

- 박 몽 구

 

 

 

보고 싶은 사람에게 갔다가도

돌아오고 만다

으슥한 데 숨어서 지켜보는 눈들을 피해

어두컴컴한 다리 밑을 지나 뻘밭을 건너

첩첩한 고개를 넘어

도라지꽃 붉어진 마음으로 갔다가도

그의 모습을 눈앞에 뻔히 둔 채

차마 부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부르기만 하면

팔이 가는 내 사람은

날개를 단 듯 달려올 텐데

떨어지지 않는 눈길을 돌려

돌아오고 만다

내가 몰고 가는 새벽을 내내 기다리는

내 사람에게 갔다가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의 불같은 희망마저 부서질까 봐

돌아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