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풀물 / 안 도 현
자연을 바라보다
2013. 6. 13. 00:30
*애기똥풀
*흰씀바귀
* 질경이
* 개망초
* 별꽃
풀물
- 안 도 현 -
봄비 한두 차례 마당 두드리고 가면 두런두런 풀이 돋는데
가만 놔두면 겁도 없이 자랄 것들 빗소리 마르기 전에
서둘러 뽑아내기로 마음먹고
호미를 들었다
냉이 뽑아내고 나면 씀바귀 돋고 씀바귀 뽑아내고 나면
질경이 돋는 마당 한쪽에 쪼그려 앉아 풀을 뽑다가 보면
저만큼 저 앞에서 또 개망초 돋고
내가 잠깐 돌아앉은 사이에도
또 토끼풀이 돋는다
햐,
여기저기 이놈들은 대체 무슨 일로 이렇게 바쁘게 머리를
내미는 것일까
생각하면서
호미 끝으로 자꾸 땅을 콕콕 쪼아대는데,
풀들도 서운한 게 있었나?
뽑힌 풀들이 나자빠져 시든 뒤에도 내 손톱 끝에 든
풀물이 빠지지 않는 것이다
옆으로 눕기 전에 어떻게든 내 손을 어떻게든 잡고
매달려보려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