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용혜원

강냉이 죽 / 용 혜 원

자연을 바라보다 2013. 9. 12. 00:30

 

 





강냉이 죽(추억찾기)


                                     - 용 혜 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절규가

다 걷히지 않아

가난에 젖었던 어린 시절




맑고 푸른 한강에는 

어디에선가 뗏목들이 떠내려 왔고

그 해 여름에 코를 찔찔 흘리며

반바지 차림에 검정 고무신

배불뚝이 아이들은

강냉이 죽을 배급 받으려고

줄을 늘어지게 섰습니다




배가 고픈 터라 큰 대접을 들고

배급을 많이 타려고

잔뜩 기대하고 섰지만

제대로 퍼담아 준 적이 없었습니다




많지 않아도

삭카린을 타서 낄낄거리며

돼지처럼 꿀맛으로 먹던 생각이

지금도 한강 다리를 건널 때면

가끔 아주 가끔

추억 속에서 고개를 들고

내 가슴에 다시 파고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