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김춘수
능금 / 김 춘 수
자연을 바라보다
2013. 10. 3. 00:30
능금
- 김 춘 수
1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의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2
이미 가 버린 그 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 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充實)만이
익어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3
놓칠듯 놓칠듯 숨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은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