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정호승

구두 닦는 소년 / 정 호 승

자연을 바라보다 2014. 1. 4. 00:30

 

 

 

 

 

 

 

구두 닦는 소년

 

                                                                                      - 정 호 승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주기 위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 아래 짓밟혀 나뒹구는

지난 밤 별똥별도 주워서 담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담는다

이 세상 별빛 한 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메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별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 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