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다리 / 고 운 기
자연을 바라보다
2014. 3. 20. 00:30
다리
- 고 운 기
내 고향에는 삼백 년쯤 되었다는 다리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한 갑자(甲子)가 돌 때마다 비석을 세워 주었다. 내가 어렸을 때
비석이 다섯 개였다. 아이들은, 미역 감는 철이면 다리에서 한 번
뛰어내려야 그날부터 남자로 쳐 줬다. 다리를 건너면 기차역으로 가는
신작로가 나오고, 남자들은 다리를 건너고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갔다
나도 그 다리를 건너갔다.
나는 가끔 다리를 찾아간다.
다리를 건너오면 나는 어린 아이다
마을의 형들이, 너 아직 남자 아니다, 자기들끼리만
개울로 몰려간다
나도 한 번은 다리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푸르고 맑은 물속으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리 아래까지
밀물이 몰려오고 몰려나가곤 했다
다리를 건너가면
아마도 검푸르고 깊은 바다가 있을 것이었다.
전설처럼 검고 푸른 소식을 전해 주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