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정호승

개망초꽃 / 정 호 승

자연을 바라보다 2014. 3. 14. 00:30

 

 

 

 

개망초꽃

 

                                                                - 정 호 승

 

 

 

 

죽은 아기를 업고

전철을 타고 들에 나가

불을 놓았다

 

 

 

한 마리 들짐승이 되어 갈 곳 없이

논둑마다 쏘다니며

마른 풀을 뜯어 모아

 

 

 

죽은 아기 위에

불을 놓았다

 

 

 

겨울새들은 어디 날아가는 것일까

 

 

 

붉은 산에 해는 걸려

넘어가지 않고

 

 

 

멀리서 동네 아이들이

미친년이라고 떠들어대었다

 

 

 

사람들은 왜

무시래기국 같은 아버지에게

총을 쏘앗을까

 

 

 

혁명이란 강이나 풀,

봄눈 내리는 들판 같은 것이었을까

 

 

 

죽은 아기 위에 타오르는

마른 풀을 바라보며

 

 

 

내 가랑이처럼 벗고 드러누운

들길을 걸었다

 

 

 

전철이 지나간 자리에

피다 만 개망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