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인동초가 피는 집 / 김 대 식

자연을 바라보다 2014. 6. 27. 00:30

 

 

 

 

 

 

 

 

인동초가 피는 집

 

                                                                                          - 김 대 식

 

 

 

조그만 집이었지만

어릴 적 우리 동네 같은

아담하고 정감이 넘치는 집이었어

물론 어릴 적 같은 초가집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마루에서 흐뭇하게 보시는 할머니의 표정

우리  할머니 같은 모습이었는지 어떤지

자꾸만 보게 되었어

 

 

 

듬성듬성 돌이 박힌 담 모퉁이 돌아올 때면

어릴  적 코를 길게 훔치던 이웃집 가시내

소매 깃이 까맣게 꼬질꼬질 때 자국이 묻어 있던

그 아이가 왠지 자꾸 생각이 나

나는 어느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는 거야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을 것만 같은 담 모퉁이엔

금방이라도 단발머리 가시내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

돌아보니 담장 위로 늘어진 인동초 넝쿨들

희고, 붉고, 노란, 색색의 인동초 꽃이

아이들처럼 피어 있었지

 

 

 

빨갛고, 희고, 노란 인동초 꽃이

길게 고무줄 처럼 늘어뜨리고

아이들처럼 깔깔거리며 놀고 있는 거야

 

 

 

 

 

 

*2013년 기대되는 시인들

현대시 특선 시인선에 소개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