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용혜원

늙은 과부 / 용 혜 원

자연을 바라보다 2014. 10. 7. 00:30

* 클레마티스(큰으아리)

 

 

 

 

 

늙은 과부

 

                                                                                     - 용 혜 원

 

 

 

 

늙은 과부의 얼굴은

오랜 세월이 일구어 놓은

밭고랑이 되어 버렸다

 

 

 

 

심심한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면

동네 구명가게 의자에

죽치고 앉아

오고 가는 사람마다

뜯어보며 연신 담배를 빨아대며

넋두리하는 모습이 처량하다

 

 

 

평생 담배를 빨아대고

뿜어댄 덕택에 누렇게 된 이빨 사이로

연신 쏟아내는 욕설이 가관이다

 

 

 

 

늙은 과부의 서방은

무덤 속에 들어가서도 욕을 먹는다

출가한 자식들도

다 못된 놈들이 되고 만다

 

 

 

 

늘 편두통에 시달려 질근 동여맨

흰 무명 천 마저

때가 절어 까맣다

 

 

 

 

오가는 사람들 흉보다 지치면

어느 사이에 동네 사람들까지

하나씩 하나씩 입으로 잡아들여 놓고

조목 조목 이유 하나 하나 들어가며

욕설을 퍼붓는다

 

 

 

 

하늘도 듣기가 거북한지

맑았던 하늘이 어느 사이에 구름이 모여들어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한 사람이 중얼거리며 지나간다

" 말세여! 말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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