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 / 박 재 삼 사랑하는 사람 - 박재삼 어쩌다가 땅 위에 태어나서 기껏해야 한 칠십 년 결국은 울다가 웃다가 가네 이 기간 동안에 내가 만난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점지해 준 빛나고 선택받은 인연을 물방울 어리는 거미줄로 이승에 그어 놓고 그것을 지울 수 없.. 詩박재삼 2017.09.01
천년의 바람 / 박 재 삼 천년의 바람 - 박 재 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없이 와서는 간지럼을 주고 있는 것을 보아아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詩박재삼 2015.12.14
十二月 / 박 재 삼 十二月 - 박 재 삼 욕심을 털어버리고 사는 친구가 내 주위엔 그래도 一割(일할)은 된다고 생갈할 때, 옷 벗고 눈에 젖는 나무여! 네 뜻을 알겠다, 포근한 十二月(십이월)을. 친구여! 어디서나 당하는 그 추위보다 더한 손해를 너는 저 雪木(설목)처럼 견디고 그리고 이불을 덮는 심사로 네 .. 詩박재삼 2015.12.02
자연 / 박 재 삼 자연 - 박 재 삼 뉘가 알리 어느 가지에서는 연신 피고 어느 가지에서는 또한 지고들 하는 움직일 줄 아는 내 마음 꽃나무는 내 얼굴에 가지 벋은 채 참말로 참말로 바람 때문에 햇살 때문에 못 이겨 그냥 그 웃어진다 울어진다 하겠네 詩박재삼 2015.03.24
무언으로 오는 봄 / 박 재 삼 *깽깽이풀 무언으로 오는 봄 - 박 재 삼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천지신명께 쑥스럽지 않느냐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연 없네 말을 잘함으로써 우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넘기고 사방에 봄빛이 깔리고 있는데 할 말이 가장 많은 듯한 그.. 詩박재삼 2015.03.17
아득하면 되리라 / 박 재 삼 *봄까치꽃 아득하면 되리라 - 박 재 삼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가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사랍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 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 詩박재삼 2015.03.11
첫사랑 그 사람은 / 박 재 삼 첫사랑 그 사람은 - 박 재 삼 첫사랑 그 사람은 입맞춘 다음엔 고개를 못들었네 나도 딴 곳을 보고 있었네 비단올 머리칼 하늘속에 살랑살랑 햇미역 냄새를 흘리고 그 냄새 어느덧 마음아파라 내 손에도 묻어 있었네 오 부끄러움이여, 몸부림이여, 골짜기에서 흘러보내는 실개천을 보아라.. 詩박재삼 2015.03.09
지는 잎을 보면서 / 박 재 삼 지는 잎을 보면서 - 박 재 삼 초봄에 눈을 떴다가 한여름 뙤약볕에 숨이 차도록 빛나는 기쁨으로만 헐떡이던 것이 어느새 황금빛 눈물이 되어 발을 적시누나 나뭇잎은 흙으로 돌아갈 때에야 더욱 경건하고 부끄러워하고, 사람들은 적막한 바람속에 서서야 비로소 아름답고 슬픈 것인가 .. 詩박재삼 2013.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