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 노 천 명 봄비 -노천명 강에 얼음장 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 가슴속 어디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봄이 온다기로 밤새껏 울어 새일 것은 없으련만 밤을 새워 땅이 꺼지게 통곡함은 이겨울이 가는 때문입니다 한밤을 즐기차게 서러워함은 겨울이 또 하나 가려 함이었습니다 화려한 꽃들을 가.. 노천명 2017.03.05
유월의 언덕 / 노 천 명 유월의 언덕 - 노 천 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으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 노천명 2016.06.14
유월의 언덕 / 노 천 명 유월의 언덕 - 노 천 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 노천명 2015.06.29
푸른 오월 / 노 천 명 푸른 오월 - 노 천 명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락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 노천명 2015.05.04
4월의 노래 / 노 천 명 4월의 노래 - 노 천 명 4월이 오면, 4월이 오면은... 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 회색빛 우울을 걷어 버리고 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저 라일락 아래로 라일락 아래로 푸른 물 다담뿍 안고 4월이 오면 가냘픈 맥박에도 피가 더하리니 나의 사람아 눈물을 걷자 청춘의 노래를, 4월의 정령(.. 노천명 2015.04.23
춘분 / 노 천 명 춘분(春分) - 노 천 명 한고방 재어놨던 석탄이 퀭하니 나간 자리 숨었던 봄이 드러났다 "얼래 시골은 지금 뱜나왔갔늬이" 남(南)쪽 계집아이는 제 집이 생각났고 나는 고양이처럼 노곤하다 노천명 2015.03.21
별을 쳐다보며 / 노 천 명 *부겐베리아 별을 쳐다보며 - 노 천 명 나무가 항시 하늘로 향하듯이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친구보다 좀 더 높은 자리에 있어 본댓자 명예가 남보다 뛰어나 본댓자 또 미운 놈을 혼내 주어 본다는 일 그까짓 것이 다아 무엇입니까 술 한 잔만도 못한 대수롭잖은.. 노천명 2014.05.28
남사당 / 노 천 명 남사당 - 노 천 명 나는 얼굴에 분칠을 하고 삼단 같은 머리를 땋아 내린 사나이 초립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 날라리를 부는 저녁이면 다홍 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 이리하여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려 램프불을 돋운 포장 속에선 내 남성(男聲)이 십분 굴욕되다 산 넘어 .. 노천명 2013.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