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여름 / 나 태 주 쓸쓸한 여름 - 나태주 ​ ​ ​ ​챙이 넓은 여름 모자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 그것도 빛깔이 새하얀 걸로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올해도 오동꽃은 피었다 지고 개구리 울음 소리 땅 속으로 다 자즈러들고 ​ ​그대 만나지도 못한 채 또 다시 여름은 와서 나.. 詩 나태주 2017.08.10
여름방학 / 나 태 주 여름방학 - 나 태 주 여름방학 때 문득 찾아간 시골 초등학교 햇볕 따가운 운동장에 사람 그림자 없고 일직하는 여선생님의 풍금 소리 미루나무 이파리 되어 찰찰찰 하늘 오른다. 詩 나태주 2017.07.29
아름다운 사람 / 나 태 주 아름다운 사람 - 나태주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詩 나태주 2017.07.24
풀들한테 한 수 배우다 / 나 태 주 풀들한테 한 수 배우다 - 나 태 주 사람들한테 실망하고 세상일이 재미없어지면서 자주 들판에 나가 풀들을 만나고 풀이 좋아 풀의 모습 종이에 옮겨 그리다가 풀들한테 놀라고 풀들한테 한 수 톡톡히 배우다 어떠한 풀이파리나 꽃송이도 다만 그 모양새가 서로 닮아 있을 뿐 결코 똑같지.. 詩 나태주 2017.06.13
아무 것도 모르면서 / 나 태 주 아무 것도 모르면서 ​ - 나태주 아무 것도 모르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발부비며 우는 철부지 어린아이이고 싶다. 사람의 냄새와 사람의 껍질을 벗고서도 또 사람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살아 쓸리는 여린 풀잎, 미세한 슬픔에도 상처받아 우는 작은 별빛, 드디어 나는 나만 아는 차.. 詩 나태주 2017.05.05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태주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 월이다. 더 여유있게 잡는다면 11 월에서 12 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개끔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時祭(시제) 지내.. 詩 나태주 2016.11.15
연꽃등 / 나 태 주 연꽃등 - 나 태 주 돼지고기 쇠고기 시뻘겋게 걸어 놓고 파는 푸줏간에 언제부터인지 연꽃등 하나 커다랗고 아름다운 연꽃등 하나 함께 걸려 있다 주인은 아마 연꽃등을 바라보며 고기를 썰어 파는가보다 부처님 살 베어 팔 듯 고기를 썰어 파는가보다. 詩 나태주 2016.08.29
붓꽃 / 나 태 주 붓꽃 - 나 태 주 슬픔의 길은 명주실 가닥처럼이나 가늘고 길다 때로 산을 넘고 강을 따라가지만 슬픔의 손은 유리잔처럼이나 차고도 맑다 자주 풀숲에서 서성이고 강물 속으로 몸을 풀지만 슬픔에 손목 잡혀 멀리 멀리까지 갔다가 돌아온 그대 오늘은 문득 하늘 쪽빛 잎술 붓꽃 되어 떨.. 詩 나태주 2016.05.13
똥풀꽃 / 나 태 주 *애기똥풀꽃 똥풀꽃 - 나 태 주 방가지똥풀꽃 애기똥풀꽁 가만히 이름을 불러 보면 따뜻해지는 가슴 정다워지는 입술 어떻게들 살아 왔니? 어떻게들 이름이나마 간직하며 견뎌 왔니? 못났기에 정다워지는 이름 방가지똥풀꽃 애기똥풀꽃 혹은 쥐똥나무, 떨려 오는 가슴 안쓰러움은 밀물의.. 詩 나태주 2016.05.12
봄 / 나 태 주 봄 - 나 태 주 딸기밭 비닐하우스 안에서 애기 울음소리 들린다 응애 응애 응애 애기는 보이지 않고 새빨갛게 익은 딸기들만 따스한 햇볕에 배꼽을 내놓고 놀고 있다 응애 응애 응애 애기 울음소리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詩 나태주 201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