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태주

풀들한테 한 수 배우다 / 나 태 주

자연을 바라보다 2017. 6. 13. 01:00




 풀들한테 한 수 배우다 

  

                                              - 나 태 주





사람들한테 실망하고 

세상일이 재미없어지면서 

자주 들판에 나가 풀들을 만나고 

풀이 좋아 풀의 모습 종이에 옮겨 그리다가 

풀들한테 놀라고 풀들한테 

한 수 톡톡히 배우다 





어떠한 풀이파리나 꽃송이도 

다만 그 모양새가 서로 닮아 있을 뿐 

결코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 

(사람의 얼굴이 서로 다르듯) 




어린 새순이나 꽃대로 어김없이 

넓은 이파리가 감싸고 받들어 

곱다라이 키운다는 사실 

(어머니가 아기를 보듬어 안아 기르듯) 




하물며 풀들도 저러하거늘 

하찮은 풀들의 삶도 저러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거늘 




아, 나는 이렇게 세상을 버리고 

풀한테 눈과 코를 모으고 있는 동안에도 

여전히 세상을 보고 있었고 




풀과 풀들 사이에서 사람의 얼굴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 끝내 

떠나지 못하고 말았구나 




그것은 실상 어렵사리 세상의 

중심으로 돌아가고자 오솔길을 

여는 하나의 땀흘리는 노역의 

시간일 수밖에 없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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