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태주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태주

자연을 바라보다 2016. 11. 15. 01:00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 월이다.

더 여유있게 잡는다면

11 월에서 12 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개끔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時祭(시제)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對送(봉송)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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