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 나 태 주 * 구절초 들국화 - 나 태 주 객기 죄다 제하고 고향 등성이에 와 비로소 고른 숨 골라 쉬며 심심하면 초가집 이엉 위에 드러누워 빨가벗은 박덩이의 배꼽이나 들여다보며 웅얼대는 창자 속 핏덩일랑 아예 말간 이슬로쓸어버리고 그렇지! 시장끼 하나로 시장끼 하나로 귀 떨어진 물소리나 .. 詩 나태주 2015.10.24
메밀꽃이 폈드라 / 나 태 주 *인사동에서 메밀꽃이 폈드라 - 나 태 주 메밀꽃이 폈드라 새하얗드라 여름내 흰구름이 엉덩이 까 내리고 뒷물하던 자리 바람의 칼날에 몰려 벼랑 끝에 메밀꽃이 울고 있드라 끝끝내 아무도 없드라 메밀꽃은 대낮에도 달밤이드라. 詩 나태주 2015.10.21
쑥부쟁이 / 나 태 주 쑥부쟁이 - 나 태 주 개울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오시오 외다리 짚고 서서 고기 찍고 있는 해오라기 두어 마리 만날 수 있을 거요 더 위로 거슬러 거슬러 올라오시오 고삐에 매여서도 마른 풀잎 씹고 있는 누렁소 한 마리 검정염소 또 몇 마리 만날 수 있을 거요 물소리 높아졌다가 자즈라.. 詩 나태주 2015.10.20
단풍 / 나 태 주 단풍 - 나 태 주 숲 속이 다, 환해졌다 죽어 가는 목숨들이 밝혀놓은 등불 멀어지는 소리들의 뒤통수 내 마음도 많이, 성글어졌다 빛이여 들어와 조금만 놀다 가시라 바람이여 잠시 살랑살랑 머물다 가시라. 詩 나태주 2015.10.19
나팔꽃 / 나 태 주 나팔꽃 - 나 태 주 여름날 아침, 눈부신 햇살 속에 피어나는 나팔꽃 속에는 젊으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어있다. 얘야, 집안이 가난해서 그런 걸 어쩐다냐. 너도 나팔꽃을 좀 생각해보거라. 주둥이가 넓고 시원스런 나팔꽃도 좁고 답답한 꽃 모가지가 그 밑에서 받쳐 주고 있지 않더냐. 나.. 詩 나태주 2015.10.18
들국화2 / 나 태 주 * 구절초 들국화2 - 나 태 주 1 울지 않는다면서 먼저 눈썹이 젖어 말로는 잊겠다면서 다시 생각이 나서 어찌하여 우리는 헤어지고 생각나는 사람들입니까? 말로는 잊어버리고마고 잊어버리고마고...... 등피 아래서. 2 살다 보면 눈물날 일도 많고 많지만 밤마다 호롱불 밝혀 네 강심에 노.. 詩 나태주 2015.10.17
능소화 / 나 태 주 능소화 - 나 태 주 누가 봐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입술 벌리고 피었다가, 뚝 떨어지는 어여쁜 슬픔의 입술을 본다 그것도 비 내리시는 이른 아침 마디마디 또 일어서는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 詩 나태주 2015.09.06
9월이 / 나 태 주 9월이 ㅡ나 태 주 9월이 지구의 북반부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어서 익고 나는 내 가슴 속에 들어와 익는다 9월이 지구의 북반부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속을 떠나야 한다.. 詩 나태주 2015.09.01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 나 태 주 * 기생초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 나 태 주 전화 걸면 날마다 어디 있냐고 무엇하냐고 누구와 있냐고 또 별일 없냐고 밥은 거르지 않았는지 잠은 설치지 않았는지 묻고 또 묻는다 허기는 아침에 일어나 햇빛이 부신 걸로 보아 밤사이 별일 없었는가 보다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이제 .. 詩 나태주 2015.06.17
유월 기집애 / 나 태 주 *양달개비( 자주달개비,자주닭개비) 유월 기집애 - 나 태 주 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 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 세상은 또다시 유월이 와서 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 벌을 꼬이는데 감나무 새 잎새에 유월 비단햇빛이 흐르고 길섶의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은 무더기 무.. 詩 나태주 201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