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태주

나팔꽃 / 나 태 주

자연을 바라보다 2015. 10. 18. 01:00














나팔꽃



                                                                                - 나 태 주





여름날 아침, 눈부신 햇살 속에 피어나는 나팔꽃

속에는 젊으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어있다.




얘야, 집안이 가난해서 그런 걸 어쩐다냐. 너도 

나팔꽃을 좀 생각해보거라. 주둥이가 넓고 시원스런

나팔꽃도 좁고 답답한 꽃 모가지가 그 밑에서 받쳐

주고 있지 않더냐. 나는 나팔꽃 꽃 모가지밖에 될 수

없으니, 너는 꽃의 몸통쯤 되고 너의 자식들이나

꽃의 주둥이로 키워보려무나. 안돼요, 아버지.

안 된단 말이에요. 왜 내가 나팔꽃 주둥이가 되어

야지, 나팔꽃 몸통이 되느냔 말이에요!





여름날 아침, 해맑은 이슬 속에 피어나는 나팔꽃

속에는 아직도 대학에 보내달라 투덜대며 대어드는

어린 아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흘리는 젊으신 아버지의

애끓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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