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정 희 성

詩를 찾아서 / 정 희 성

자연을 바라보다 2015. 9. 7. 01:00



*상사화

( 2015년 8월 인사동 )






詩를 찾아서


                                                                    - 정 희 성




말이 곧 절이라는 뜻일까

말씀으로 절을 짓는다는 뜻일까

지금까지 시를 써오면서

시가 무엇인지

시로써 무엇을 이룰지

깊이 생각해볼 틈도 가지지 못한 채

헤매어 여기까지 왔

경기도 양주군 회암사엔

절이 없이 절터만 남아 있고

강원도 어성전 명주사에는

절은 있어도 시는 보이지 않았다

한여름 뜨락에 발돋움한 상사화

꽃대궁만 있고 잎은 보이지 않았다

한 줄기에 나서도

잎이 꽃을 만나지 못하고

꽃이 잎을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

아마도 시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인 게라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마음인 게라고

끝없이 저자 거리 걷고 있을 우바이

그 고운 사람을 생각했다

시를 찾아서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발표 안 된 시 두 편만

가슴에 품고 있어도 나는 부자다

부자로 살고 싶어서

발표도 안 한다

시를 두 편 가지고 있는 동안은

어느 부자 부럽지 않지만

시를 털어버리고 나면

거지가 될 뻔하니

잡지사에서 청탁이 와도 안주고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거지는 나의 생리에 맞지 않으므로

나도좀 잘 살고 싶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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