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 설 연 화
숨죽여 우는 바람 사이로
그대의 눈물인양
가을을 적시는 비가 나립니다
이별을 앞에 두고
흐느껴 우는 낙엽들 사이로
호흡 끊어지듯
아픈 사랑 하나 숨어 있습니다
떠나는 그대
손 내밀어 잡을 수 없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현실이 서글퍼
차마 숨조차 쉬지 못하는 가슴 하나
낙엽 위에 부서지는 빗방울이
산산이 조각난 슬픔을 담았습니다
유리창을 기웃거리는 가을은
그대의 삶 한 자락을 훔쳐보는
초라한 나를 닮았습니다
가을을 뒤로하고 떠나는 그대
바람결에 나뒹구는 아픔 한 조각
무참히 짓밟는
가을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