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붉은 동백 / 문 태 준

자연을 바라보다 2018. 2. 1. 01:00






붉은 동백 



                                             - 문태준 





신라의 여승 설요는 

꽃 피어 봄마음 이리 설레 환속했다는데 




나도 봄날에는 

작은 절 풍경에 갇혀 우는 눈먼 물고기 이고 싶더라 




쩌렁쩌렁 해빙하는 저수지처럼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니어도 

봄밤에는 숨죽이듯 갇혀 울고 싶더라 




먼발치서 한 사람을 공양하는 

무정한 불목하니로 살아도 

봄날에는 사랑이 살짝 들키기도 해서 

절마당에 핀 동백처럼 붉은 뺨이고 싶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