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민들레
- 정호승 -
봄은 왔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밤새도록 술상을 두드리던 나무젓가락처럼
청춘은 부러지고
이제 내 마음의 그림자도 너무 낡었다
사람과 사람의 그림자 사이로 날아다니던
새들은 보이지 않고
고한역은 열차도 세우지 않는다
밤새워 내 청바지를 벗기던 광원들은
다 어디로 흘러가 새벽이 되었는지
버력더미에 이슬이 내리는
눈부신 폐광의 아침
진폐증에 걸린 똥개 한 마리가
기침을 하고 지나가는 단란주점 옆
피다 만 검은 민들레의
쓸쓸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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