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이병률

흰 / 이 병 률

자연을 바라보다 2014. 5. 1. 00:30

 

 

 

 

 

 

 

 

 

흰      

 

                                                                    - 이 별 률

 

 

 

 

흰색이라 합시다

동네에 마을에 흰 장막이 드리워져 있다고 합시다

 

 

 

최초의 나무 한 그루가 우리 손발짓과

가리키는  곳을 관장한다고 합시다

손끝을 모은 한가로운 모든 것들을 흰색으로 칩시다

 

 

 

 

등대를 갖고 싶어 하는 나와

번번이 망치로 머리를 맞는 기분이 드는 당신

모두 흰색에 가담되어 있다 하자구요

 

 

 

 

삼켜도 미어지는 가슴께와

생을 세 번 거친 것과

후생을 한 번 다녀온 것

이 다행인 것 모두를 흰색이라 합시다

 

 

 

 

근본이 벌어진 틈을 타

온전히 혼자인 스스로를 설득하고

밥을 욱여넣는 것처럼 사랑할 때나

생각의 절반을 갈아 치우게 하는 달력의 일들

모두가 흰색이었다 합시다

 

 

 

큰 일이 아니었다 합시다

광장에 칼이 지나가는 것

흐르는 것을 어쩌지 못하고 흐르는 것

그 방향으로 모질게 시대의 허리가 굽는 것

 

 

 

 

흰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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