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성장한 아들에게

자연을 바라보다 2014. 5. 5. 00:30

 

 

 

 

성장한 아들에게

 

 

 


내 손을 하루 종일 바빴지
그래서 네가 함께 하자고 부탁한 작은 놀이들을
함께 할 만큼 시간이 내겐 많지 않았어.

 

 


난 네 옷들을 빨아야 했고, 바느질도 하고, 요리도 해야 했지.
네가 그림책을 가져와 함께 읽자고 할 때마다
난 말했다
"조금 있다가 하자, 얘야."

 

 


밤마다 난 너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주고
난 네 기도를 들은 다음 불을 꺼주었다.
그리고 발끝으로 걸어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지.
난 언제나 좀 더 네 곁에 있고 싶었다.

 

 


인생이 짧고,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갔기 때문에
한 어린 소년은 너무도 빨리 커버렸지.
그 아인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으며
자신의 소중한 비밀을 내게 털어 놓지도 않는다.

 

 


그림책들은 치워져 있고
이젠 함께 할 놀이들도 없지.
잘 자라는 입맞춤도 없고 기도를 들을 수도 없다.
그 모든 것들은 어제의 세월 속에 묻혀 버렸다.

 

 


한때는 늘 바빴던 내 두 손은
이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하루 하루가 너무도 길고
시간을 보낼 만한 일도 많지 않지.
다시 그때로 돌아가 네가 함께 놀아 달라던
그 작은 놀이들을 할 수만 있다면.
-- 류시화가 엮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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