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서곡
- 김 일 선
후박나무 그늘에 앉아
흰 안개를 흩뜨리며 펼쳐진
푸른 하늘을 쳐다본다
햇볕은 나날이 엷어져 가고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차다
제법 커진 은행 열매는 황토색으로 변하며
무화과는 부풀어 터져 속살을 보이고
찔레는 앙증맞은 작은 열매를 송이송이 맺혔다
배롱나무꽃은 줄기차게 피어나지만
열름은 한없이 길 수는 없으니!
머지않아 감나무 잎은 단풍이 들겠고
감은 주황색으로 예쁘게 익겠지
하지만 풋열매 시절을 누가 기억하는가?
나에게는 즐거웠던 유년의 추억이 있건만
그 추억을 함게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
아! 작열하는 태양! 경이로운 정열이여!
격랑의 파도 위에 퍼붓는 뇌우여!
내 영혼을 휘감았던 정념이여!
사랑이여! 정녕 그대도 시들어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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