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殘雪)
- 나 희 덕
잔설처럼 쌓여있는 당신,
그래도 드문드문 마른 땅 있어
나는 이렇게 발 디디고 삽니다
폭설에 잦아드는 이 둔덕 어딘가에
무사한게 있을 것 같아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보면서
굴참나무, 사람주나무, 층층나무, 가문비나무...
나무 몇은 아직 눈 속에 발이 묶여 오지 못하고
땅이 마르는 동안
벗은 몸들이 새로운 빛을 채우는 동안
그래도 이렇게 발 디디고 삽니다
잔설이 그려내는 응달과 양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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