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닿고 싶은 곳 / 최 문 자

자연을 바라보다 2016. 8. 16. 01:00





닿고 싶은 곳


                                                                    

                                                              - 최 문 자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가

입술을 대고 싶은 슬픈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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