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매화사 / 안 민 영

자연을 바라보다 2013. 3. 29. 00:30

 








 

매화사(梅花詞)


                                         

                                                                         - 안 민 영 -

 

 






매영(梅影)이 부딪친 창에 옥인금차 비겨슨져
이삼 백발옹은 거문고와 노래로다
이윽고 잔 들어 권할 적에 달이 또한 오르더라

 

* 매영 : 매화나무 그림자
* 옥인금차 : 어여쁜 여인의 금비녀
* 비겨슨져 : 비껴 섰구나
* 백발옹 : 백발노인

 

 



 

어리고 셩근 매화(梅花) 너를 밋지 아녓더니,
눈 기약(期約) 능(能)히 직켜 두셰 송이 피엿구나.
촉(燭) 잡고 갓가이 사랑할 제 암향조차 부동(暗香浮動)터라.

 

* 아녓더니 : 않았더니
* 눈기약 : ① 눈이 올 때 피겠다는 약속, ② 꽃 눈을 틔워 믿게 하던 기대
* 촉 : 촛불
* 암향조차 부동터라 : 그윽한 향기가 떠돌더라(고결한 성품을 의미)

 




 

빙자옥질(氷姿玉質) 이여 눈속에 네로구나
가만히 향기 놓아 황혼월을 기약하니
아마도 아치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 빙자옥질 : 얼음이나 옥처럼 맑고 고운 자질
* 네로구나 : 너로구나
* 황혼월 : 저녁 달
* 아치고절 : 알뜰하고 곱고 높은 절개

 





 

눈으로 기약터니 네 과연 픠엿고나
황혼에 달이 오니 그림자도 성긔거다
청향이 잔에 떠 이시니 취코 놀려 하노라

 

* 성긔거다 : 성기었다
* 청향 : 맑은 향기
* 이시니 : 있으니

 



 

해 지고 돋는 달이 너와 기약 두엇던가
합리(閤裡)에 자든 곳이 향기 놓아 맡는고야
내 엇디 매월(梅月)이 벗 되는 줄 몰랏던가 하노라

 

* 합리 : 침실 안
* 매월 : 매화와 달

 




 

 바람이 눈을 몰아 산창(山窓)에 부딪히니
 찬 기운 새어 들어 잠든 매화를 침노한다
 아모리 얼우려 하인들 봄뜻이야 앗을소냐

 

* 주제 : 봄 기운을 전하는 매화
* 산창 : 산가(山家)의 창
* 얼우려 하인들 : 얼리려고 한들

 




 

저 건너 나부산 눈속에 검어 우뚝 울퉁불퉁 광대 등걸아
네 무삼 힘으로 가지 돋쳐 곳조차 저리 피였는다
아무리 석은배 반만 남았을망정 봄뜻을 어이하리오

 

* 나부산 : 중국 광동성에 있는 산
* 광대 등걸 : 고목이 되어 툭툭 내민 나무등걸
* 곳조차 : 꽃마저
* 피였는다 : 피었느냐
* 석은배 : 썩은 배

 




 

동각(東閣)에 숨은 꽃이 철쭉인가 두견화인가
건곤이 눈이어늘 제 엇지 감히 피리
알괘라 백설양춘(白雪陽春)이 매화 밖에 뉘 이시리

 

* 동각 : 동쪽에 있는 누각
* 두견화 : 진달래꽃
* 건곤 : 온 천지
* 알괘라 : 알겠도다
* 백설양춘 : 겨울인데도 봄빛을 보이는 것

 







 

*고종 때의 가객 안민영은 8수의 평시조를 지어 매화의 고매함(아치고절)을 노래했는데,

 이를 "매화사'혹은 '영매가' 라고 한다.

작가 안민영은 박효관의 문하에서 노래를 배웠으며,

 조선조 3대 가집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가곡원류>를 박효관과 함께 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종 6년 어느 겨울날, 

그의 스승 박효관의 산방에서 벗, 미녀들과 함께 거문고를 타고 노래를 부르면서 놀다가,

 박효관이 가꾼 매화가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사군자(四君子) 가운데 하나인 매화는

 지조 높은 선비의 기풍을 상징하는 꽃으로,

 작가는 매화를 통해 선비의 기풍을 상징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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