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패랭이꽃 추억 / 이 해 인

자연을 바라보다 2013. 6. 17. 00:30

 




* 패랭이 꽃

꽃말 : 순결한 사랑, 고귀한 보은







 

패랭이꽃 추억


                                                        - 이 해 인 -





희랍 대리석처럼

희고 깨끗한 얼굴을 가졌던

세례나 언니에게서

열다섯 살의 생일에

처음으로 받았던

한 다발의 패랭이 꽃




연분홍, 진분홍, 하양

꽃무늬 만큼이나

황홀한 꿈을 꾸었던 소녀 시절




누군가에게

늘 꽃을 건네는 마음으로 살고 싶었다

아니 한 송이의 진짜 꽃이 되고 싶어

수녀원에 왔다




더 많이 사랑하고 싶은 욕심에

가슴이 뛰었다




바람 부는 날

수녀원 뜰에

지천으로 핀 패랭이 꽃을

보고 또 보며

지상에서의 내 고운 날들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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