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질투는 나의 힘 / 기 형 도

자연을 바라보다 2013. 9. 29. 00:30

 

 

 

 

 

 

 

* 메리골드(천수국)

꽃말 : 질투

 



 

 

 

질투는 나의 힘 

 

                                       - 기 형 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문 / 권 혁 웅  (0) 2013.10.04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 수 권  (0) 2013.10.02
百年 / 문 태 준  (0) 2013.09.27
맨발 / 문 태 준  (0) 2013.09.25
거미 / 김 수 영  (0) 2013.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