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누운 저수지
- 안 도 현
둑에서 삼겹살을 굽던 시절은 갔네
물 위로 일없이 돌을 던지던 밤도 갔네
저수지 그 한쪽 끝을 잡으려고 헤엄치던 날들도 갔네
청둥오리떼처럼 또 저수지를 찾아왔네
저렇게 저수지가 꽝꽝 얼어있는 것은
자기 속을 보여주기 싫어서
등을 돌리고 있는 거라 생각하네
좀더 일찍 오고 싶었다고
등을 툭 치며 말을 걸고 싶지만
저수지가 크게크게 울 것 같아서
나는 돌을 하나 던지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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