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님

꽃싸움 / 한 용 운

자연을 바라보다 2014. 4. 7. 00:30

 

 

 

 

 

 

 

* 진달래 (두견화 .참꽃)

 

 

 


꽃싸움

 

                                                   - 한 용 운

 

 

 

 

당신은 두견화를 심으실 때에, 「꽃이 피거든 꽃싸움 하자.」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가는데,

당신은 옛 맹서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까

 

 

 

 

나는 한 손에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한 손에 흰 꽃수염을

가지고, 꽃싸움을 하여서 이기는 것은 당신이라 하고,

지는 것은 내가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만나서 꽃싸움을 하게 되면,

나는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당신은 흰 꽃수염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번번히 지십니다

그것은 내가 이기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

이 나에게 지기를 기뻐하는 까닭입니다

번번이 이긴 나는 당신에게 우승의 상을 달라고

조르겄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빙긋이 웃으며, 나의 뺨에 입맞추겄

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가는데, 당신은 옛 맹서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다

 

 

 

 

 

'한용운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의 삼매(三昧) / 한 용 운  (0) 2014.04.16
사랑을 사랑하여요 / 한 용 운  (0) 2014.04.15
찬송 / 한 용 운  (0) 2014.03.22
길이 막혀 / 한 용 운  (0) 2014.03.13
당신을 보았습니다 / 한 용 운  (0) 201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