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야기

유월의 애련(哀戀)

자연을 바라보다 2014. 6. 30. 00:30

 

 

 

 

 

유월의 애련(哀戀)

 

                                                                             - 김 일 선

 

 

 

 

유월이 오면

화려 했던 넝쿨장미도

한껏 부풀어 오르다 찌부러지고

산들 바람에도 꽃잎이 한잎 두잎

흩날리며 이지러진 모습이

너무도 애절하다

 

 

 

 

유월의 은밀한 추상追想은

내 영혼을 부르던 그녀의 강렬한 응시가

입술 한번 맞추고 달아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 했던

그 젊은 날의 부끄러운 초상이 안타까워

소리 없이 긴 세월을 더듬거렸다

 

 

 

여객선에서 무릎을 맞대고 앉아

그녀의 활달한 물음에 대답만 하고 헤어진

오 년 만의 아주 짧은 해후

그녀는 여객선의 이물까지 걸어 나와

정중하고 애틋하게 배웅을 했는데 며칠 후

아리따운 그녀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긴 세월 지나 유월이 다시 오고

한가로이 염소가 풀을 뜯던 보리 그루터기 논도

느티나무 옆 초가집도 모두  사라지고 없어도

태양은 더욱 무섭게 다시 내리쬔다

내 영혼은 가라앉아 슬픔에 잠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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