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정호승

가을폭포 / 정 호 승

자연을 바라보다 2014. 10. 8. 00:30

 

 

가을폭포

 

                                                                                - 정 호 승

 

 

 

 

술을 마셨으면 이제 잔을 놓고 가을폭포로 가라

가을폭포는 낙엽이 질 때마다 점점 더 깊은 산 속으로

걸어 들어가

외로운 산새의 주검 곁에 누워 한 점 첫눈이 되기를

기다리나니

술이 취했으면 이제 잔을 놓고 일어나 가을폭포로 가라

우리의 가슴속으로 흐르던 맑은 물소리는 어느덧

끊어지고

삿대질을 하며 서로의 인생을 욕하는 소리만 어지럽게

흘러가

마음이 간난한 물고기 한 마리

폭포의 물줄기를 박차고 튀어나와 푸른 하늘 위에

퍼덕이나니

술이 취했으면 이제 잔을 놓고 가을폭포로 가서

몸을 던져라

곧은 폭포의 물줄기도 가늘게 굽었다 휘어진다

휘어져 굽은 폭포가 더 아름다운 밤

초승달도 가을폭포에 걸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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