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정호승

허허바다 / 정 호 승

자연을 바라보다 2014. 8. 29. 00:30


 

 




허허바다 

 

                                                                                 - 정 호 승

 

 

 

 

허허바다에 가면

밀물이 썰물이 되어 떠난 자리에

내가 쓰레기가 되어 버려져 있다

어린 게 한 마리

썩어 문드러진 나를 톡톡 건드리다가

썰물을 끌고 재빨리 모랫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팬티를 벗어 수평선에 걸어놓고

축 늘어진 내 남근을 바라본다

내가 사랑에 실패한 까닭은 무엇인가

내가 나그네가 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

어린 게 한 마리

다시 썰물을 끌고 구멍 밖으로 나와

내 남근을 톡톡 친다

그래 알았다 어린 참게여

나도 이제 옆으로 기어가마 기어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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