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정호승

바닷가에 대하여 / 정 호 승

자연을 바라보다 2014. 8. 24. 00:30

 

 

 

바닷가에 대하여

 

                                                                  - 정 호 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詩 정호승'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허바다 / 정 호 승  (0) 2014.08.29
마더 테레사 수녀의 미소 / 정 호 승  (0) 2014.08.27
깃발 / 정 호 승  (0) 2014.08.15
폭풍 / 정 호 승  (0) 2014.08.11
달팽이 / 정 호 승  (0) 2014.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