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정호승

달팽이 / 정 호 승

자연을 바라보다 2014. 8. 7. 00:30

 

 

 

달팽이

 

                                                                                      - 정 호 승

 

 

 

 

내 마음은 연약하나 껍질은 단단하다

내 껍질은 연약하나 마음은 단단하다

사람들이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듯이

달팽이도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

 

 

 

이제 막 기울기 시작한 달은 차돌같이 차다

나의 길은 어느새 풀잎에 젖어 있다

손에 주전자를 들고 아침이슬을 밟으며

내가 가야 할 길 앞에서 누가 오고 있다

 

 

 

 

죄없는 소년이다

소년이 무심코 나를 밝고 간다

아마 아침이슬인 줄 알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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