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초
봄에게
- 김 남 조
1
아무도 안 데려오고
무엇 하나 들고 오지 않은
봄아,
해마다 해마다
혼자서 빈손으로만
다녀가는
봄아,
오십 년 살고 나서 바라보니
맨손 맨발에
포스스한 맨머리결
정녕 그뿐인데도
참 어여쁘게
잘도 생겼구나
봄아,
2
잠시 만나
수삼 년 마른 목을 축이고
잠시 찰나에
평생의 마른 목을 축이고
봄 햇살 질펀한 데서
인사하고 나뉘니
인젠
저승길 목마름만 남았구나
봄이여
이승에선 제일로
꿈만 같은 햇빛 안에
나는 왔는가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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