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정호승

나비 / 정 호 승

자연을 바라보다 2015. 6. 13. 00:30





나비


                                                             - 정 호 승





어느 봄날 

셔터가 내려진 청계천 평화시장

쓰레기도 깊이 잠든 골목 끝

빈 지게를 내려놓고

늙은 지게꾼 한분

차가운 셔터문에 기대 잠들어 있고

어디서 날아왔을까

그분의 기겟가지 끝에

노랑나비 한마리 앉아 고요하다

거름지게를 지고

이슬에 바짓가랑이를 흠뻑 적시며

평생 새벽길을 걸어가셨던

아버지를 꿈꾸는 것일까

나비는 좀처럼 날아가지 않는다

그분이 깨어나면

함께 짐을 지고 가려고

그분이 일어나

동대문 쪽으로 걸어가면

그대로 지게 끝에 앉아

길을 건너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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