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정호승

가시 / 정 호 승

자연을 바라보다 2015. 6. 15. 00:30






가시


                                                        - 정 호 승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

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 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

장미는 시들지도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

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

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

슬며시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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